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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여섯 쌍둥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식탁에 둘러앉아 손을 모으고 마츠요가 만들어준 아침밥을 사이좋게 먹기 시작했다.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식사였어야 했다.

 

“……윽…, 콜, 록……, 컥, 읏…… 우욱…!”

 

계란말이를 하나 입에 집어넣은 이치마츠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곤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크게 기침하더니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씹고 있던 걸 토해내고 말았다. 거기다 달걀말이를 먹기 전에 조금 마셨던 물로 희석된 위액까지도 토해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 형, 괜찮아!?”

“정말, 뭐 하는 거야!”

 

입가로 건네진 휴지로 입을 닦고 이치마츠는 작게 사과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이치마츠가 화장실에 들어간 후에도 작게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더러워진 거실을 정리하던 형제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어제 뭔가 이상한 거라도 먹은 거 아냐?”

“고양이 먹이라던가?”

“아, 이치마츠라면 그럴지도.”

 

그때는 딱히 구토가 큰일이라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치마츠가 직접 “감기라도 걸린 걸까….”라고 중얼거렸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구토는 점심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저녁도 똑같이 어느 것도 먹을 수 없었다.

 

몸 상태를 걱정한 마츠요는 이치마츠에게 진찰을 받으라 말했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갔다. 검사도 했지만 열이나 설사 증세도 없었고 식중독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치마츠는 그 후 사흘간 물 외에는 삼킬 수 없었다. 간식인 배도 토해 내버리고 말았다.

 

사흘간 물밖에 마시지 못한 이치마츠는 휘청거리다 의식을 잃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서둘러 데카판 박사의 연구실로 이치마츠를 데려갔다. 물밖에 섭취하지 못해 체내 염분 농도가 낮아졌다는, 즉 탈수증상을 일으켰다는 진단을 내려 링거를 맞기로 했다. 항상 쥬시마츠가 억눌러왔지만, 지금의 이치마츠는 저항하는 것도 못 하고 작게 “……싫어.” 하고 카라마츠에게 힘없이 매달리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바늘을 찌른 후에는 얌전히 잠이 들었기 때문에 힘이 거의 들지 않았다.

 

 

“있지, 있지, 데카판 박사님. 왜 이치마츠 형은 밥을 못 먹게 된 걸까.”

“음……, 모두 뭔가 짚이는 건 없다스?”

 

카라마츠에게서 연락을 받고 다섯 명의 형제는 전원 데카판 박사의 연구실에 모여있었다. 일단 아무도 데카판이 의사면허를 가진 거냐고 묻진 않았다.

데카판의 질문에 모두가 머리를 모았지만 아무도 짚이는 바가 없는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음식을 먹어서, 음식이 전부 싫어졌다는 가능성도 있어?”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스.”

“……이대로, 이치마츠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처럼 링거라던가, 입으로 먹이는 것 외의 방법으로 영양을 얻을 수밖에 없다스. 코에 카데터를 삽입해서 경관영양이라던가, 위루…, 수술로 위에 튜브를 넣어서 직접 위에 영양을 넣는 영양 투여 방법 등은 있다스…….”

“수술…….”

“……과장 같긴 하지만, 그것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데카판의 말에 모두는 신음했다.

 

“……하지만, 역시 정신적인 무언가가 가장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자 쵸로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경관영양도, 위루도 싫어…….”

“오소마츠 형은 어떻게 생각해?”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의견을 묻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오소마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아─…, 어떨까.”

 

오소마츠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사태를 그다지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가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알고 있다.”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걸 물을 수는 없었다.

 

 

“……링거, 끝났어……. 가자…….”

“이치마츠.”

“이치마츠 형.”

 

느릿하게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링거대를 끌고 온 이치마츠의 표정은 어두웠다. 자신의 팔에 바늘이 꽂혀 있는 지금 상황 자체가 정신적으로 힘든 모양이었다.

 

“그보다, 빨리 이거 뽑아줘…….”

“오, 그렇다스.”

“……응……, 하, 앗…….”

 

바늘을 뽑는 순간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링거에서 해방된 이치마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걷었던 파카의 소매를 내리고 이치마츠는 바늘이 꽂혀 있던 팔을 옷 위에서 문질렀다.

 

“고칼로리의 영양을 링거로 넣는다면, 팔이 아닌 다른 굵은 현관으로 넣어야 한다스. 부디 식사할 수 있게 되면 좋다스…….”

“……알고 있어.”

 

몸이 힘들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의지하며 이치마츠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평소엔 카라마츠에게 반발하는 일이 많던 이치마츠지만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쁜 지금은 순순히 카라마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형제 이상의 관계가 된 두 사람이었지만 서로 짝사랑하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다지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집에 가니 마츠요는 평소처럼 6인분의 식사를 차렸다. 맛있어 보이는 돼지고기 생강구이가 오늘 저녁 메뉴였다. 하지만 위장을 생각한 건지 이치마츠의 앞에는 흰 죽이 놓여있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치마츠 형.”

“내가 후후 불어줄까?”

“…고마워. 토도마츠, 쥬시마츠. 괜찮, 으니까…….”

 

이치마츠는 숟가락으로 흰 죽을 떠서 입으로 넣으려 했다. 그러나 음식 냄새를 맡은 순간에 토기가 치밀어 올라왔고 거칠게 숟가락을 그릇 안에 돌려 놓았다.

눈물을 흘리며 거칠게 호흡을 반복했고 입가를 틀어막은 이치마츠의 등을 카라마츠가 문질러주었다.

 

“가다랑어포나 간장 같은 거 넣어줄까? 음…….”

 

쵸로마츠도 어떻게든 이치마츠가 식사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이치마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모두가 이치마츠를 걱정하는 와중, 오소마츠만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이치마츠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자신의 생강구이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이치마츠.”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부르고, 생강구이를 든 채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괴로워하는 이치마츠의 옆에 무릎을 굽히고 어째서인지 히죽 하며 웃어 보였다. 모두가 오소마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던 와중, 오소마츠는 생강구이를 자신의 입에 넣었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음미하고 이치마츠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은 채 고정했다. 그리고 이치마츠에게 힘껏 입을 맞추었다.

 

“응…!?”

 

모두가 놀랐다. 오소마츠는 그대로 이치마츠를 밀어 넘어뜨리고 격렬한 입맞춤을 주고받았다.

 

“으응…, 으, ……윽, 응……!!”

 

저항하는 이치마츠를 가볍게 제압한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입으로 음미했던 그것을 억지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치마츠의 목에서 꿀꺽 소리가 듣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입술을 뗐다.

늘어진 타액의 실을 당기고 오소마츠는 몸을 일으켜 살짝 입술을 핥았다. 자신의 밑에서 거칠게 가슴이 오르내리며 눈물을 흘리는 이치마츠를 내려보며, 오소마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아, 하……, 으…….”

“먹었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고 손득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상식적으로, 음식물을 입으로 옮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쥬시마츠는 “나도 이치마츠 형한테 밥 먹일래!”하고 두 손을 번쩍 들고 뛰어오르며 자신의 생강구이와 밥을 입으로 던져넣었다. 토도마츠도 “아! 내가 이치마츠 형한테 밥 먹이고 싶어!”라고 했고, 황급히 도망가려는 이치마츠를 붙잡고 차례로 입을 통해 밥을 먹이고 있었다.

마치 아기새 같다고 생각하면서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동생 세 명이 소란스럽게 행위를 하는 광경을 뻔뻔스러운 미소로 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알아채고 시선을 옮겼다.

 

“……후……, 이치마츠 잘 됐네에. 밥 먹어서.”

 

오소마츠는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 어딘지 모를 위화감이 있어 쵸로마츠는 살짝 눈썹을 좁혔다.

 

“……있잖아, 저걸로 괜찮아?”

“응?”

“아무리 저걸로 먹을 수 있다고는 해도, 부모가 저렇게 아이한테 밥 먹이는 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고, 장난으로 키스했던 우리끼리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 이치마츠의 식사가 이래선, 이치마츠는 우리가 없으면 식사 못 하게 된다고.”

 

쵸로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어리둥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소마츠의 그런 반응에 오히려 쵸로마츠가 놀라고 말았다.

 

“왜? 그걸로 괜찮잖아.”

“어…….”

 

오소마츠는 순수하게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옆에 없으면 이치마츠는 살 수 없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절대로 우리한테서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이지. 혼자서 어딘가 가버리다니……, 절대 못 해, 그렇지.”

 

키득키득 오소마츠가 웃었다. 오싹하고 오한이 들을 정도의 미소에 쵸로마츠는 무언가 싫은 느낌이 들었다.

 

“……오소마츠 형, 이치마츠한테 뭔가 했어…?”

“…글쎄, 무슨 소리야?”

 

그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에 쵸로마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카라마츠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시선을 옆쪽에서 느끼며 오소마츠는 다시 한번 작게 웃었다.

 

 

“오소마츠.”

 

이치마츠가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크게 기뻐하며 떠들다 지친 모두가 잠들고 나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난 오소마츠를 쫓아 카라마츠가 다가왔다. 팔짱을 끼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소마츠를 기다리던 카라마츠의 눈빛이 매서웠다.

 

“뭐야?”

 

예민하게도 보이는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식사를 못 하게 된 전날, 집에 있던 건 이치마츠와 오소마츠 형뿐이었지.”

“그랬던가?”

“맞아. 그랬어.”

 

카라마츠가 말하려는 것을 오소마츠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시치미 떼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분노를 드러냈다.

 

“……이치마츠한테 무슨 짓 했어.”

“…………있지, 카라마츠.”

 

카라마츠의 물음에 오소마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는 듯이 오소마츠가 되물었다.

 

“너는 이치마츠를, 어떻게 사랑해 줄 거야?”

“뭐?”

“상냥하게? 달콤하게? 모래를 토하는 듯한, 미칠 듯이 달콤한 애정으로 걔가 만족할 거로 생각해?”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오소마츠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입술 위를 검지로 덧그렸다. 황홀한 듯, 카라마츠가 말한 날의 일을 떠올렸다.

 

 

‘싫, 어……, 그만, 오소마츠 형……! 이젠, 나 카라마츠랑…!’

‘아하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치마츠. 너는 마조잖아? 그렇다면……, 형아와 너의 정액 정도는 남김없이 전부 마셔야지. 자, 이치마츠. ……증거를 남겨서, 카라마츠한테 들키고 싶진 않지? 이제야 겨우 사랑하는 카라마츠와 이어졌잖아. 이제 나는 필요 없는 거지?’

 

 

“……이치마츠. 귀엽지. 역시 네 소중한 연인다워. 카라마츠.”

 

아, 얼마나 우스운가.

오랜 세월의 짝사랑이 이뤄졌다며 들떠있는 너는 아무것도 몰라.

이치마츠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한테 더럽혀져 있는데.

 

“사귀는 거 축하해, 카라마츠. 형아는 정말, 진심으로…”

 

“기뻐.”

(원망스러워.)

 

 

어디에든, 누구에게든, 소중한 동생은 누구 하나 놓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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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 통합

 

[주의]

 ① 카라마츠가 얀데레에 사이코패스(중요).

 ② 이치마츠는 Not게이인 츤데레.

 ③ 전체적으로 허접함.

 ④ 오탈자 및 시점탈주 많은 즉석 소설.

 ⑤ 결말에 대한 책임은 못 지는 소설.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넓은 분은 읽어주세요.

 

 

“좋아해, 이치마츠.”

“어?”

“너를 사랑해. 지금도 옛날도, 앞으로도 평생 변함없이 사랑할거야.”

“어엉?”

 

야, 썩을마츠. 아니, 카라마츠. 드디어 머리가 미쳐버린건가. 존재하지도 않는 카라마츠걸을 쫓아다니다, 형제애가 꼬여버린 건가. 가엾게도. 그리고 어째서 고백하는 대상이 자신인 걸까. 그건 쥬시마츠(천사)나 토도마츠(약삭빠름)한테나 해. 동생조의 귀여운 역할은 그 녀석들로 충분한데 왜 나야. 아, 그런가. 상냥하기도 한 형님께선 쓰레기인 동생을 내버려둘 수 없는거죠. 네네, 알겠습니다. 호의 아주 감사합니다, 그보다 넌 뭘 당연한 듯이 넘어뜨리려 하는 거야?

 

“야, 썩을마츠.”

“응? 왜 그래?”

 

산뜻한 미소로 고개를 갸우뚱하던 카라마츠의 말에,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생각한 한순간이었다. 상냥한 손놀림으로 귓가를 간질이는, 자신보다도 단단하고 남자다운 손바닥의 감촉에, 이치마츠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왜 그래가 아냐. 이 자세 뭔데.”

“뭐냐니, 사랑의 고백 후에는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가 필요하잖아? 마이 스위트.”

 

사랑의 고백에 대한 내 대답은? 저기, 내 대답은 듣지 않는 거야?

 

“아, 괜찮아. 이치마츠는 츤데레잖아? 부끄러워서 좋아하는 아이에겐 심술을 부린다니, 넌 정말로 귀여운 캣이구나. 무리해서 말로 할 필요 없어. 너의 마음은 알고 있으니까.”

 

멋 부리며 날리는 윙크에, 이치마츠는 머리가 어질거렸다. 너에게 츤데레의 개념을 알려준 놈은 누구야. 그 딸딸마츠인가. 좋아, 그 녀석의 냐쨩 굿즈 전부 불태워 버리자. 그리고 망할마츠. 우선 너는 츤데레보다 얀데레에 대해 배워와. 그리고 왜, 내 옆구리를 의미심장하게 쓰다듬냐. 그만둬. 오싹한다고. 느끼는 거 아니니까, 절대로.

 

“진정해, 썩을마츠. 너와 나, 형제잖아. 육둥이잖아. 남자끼리잖아.”

“훗, 너와 함께라면 어떤 지옥이든 떨어져 줄 생각이야. 마이 브라더.”

“난 떨어지기 싫거든!”

 

소리치자마자 카라마츠가 달콤하게 녹는듯한 시선을 이치마츠에게 보내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정말이지. 너는 상냥하구나, 이치마츠.”

 

어어어어엉? 내 이야기 들은 거야? 뇌가 썩어버리기라도 했어? 아니, 아니지. 뇌가 텅 비었구나, 텅텅마츠. 그리고 만지지 마. 의미심장하게 귓가에 속삭이지 마.

 

“알고 있어, 이치마츠. 너에 대해서라면, 남자끼리 거기다 형제끼리 따위 용서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런 건 용서받지 못한다고 거리를 두려는 거지? 기특하구나, 마이 러브. 그래도 안심해줘. 내 사랑은 그런 장애물로는 절대 지지 않아. 아플 때도 건강할 때도 가난할 때도 부유할 때도 너를 사랑할 것을 맹세하지, 베이비. 그러니 안심하고 내 가슴에 뛰어들어도 좋아.”

“왜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확정된 거야? 머리 괜찮아?”

“부끄럼쟁이네, 아기고양이. 나는 너의 뜨거운 감정이 담긴 시선을 항상 느끼고 있었어.”

“뜨거운 감정 아니야. 그거 연심이 아니라 살기거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주는 건가? 정열적이구나, 브라더.”

 

말이 통하지 않아! 때리기 위해 손을 올렸지만 “못된 장난은 안 돼, 리틀 캣.”라는 웃기지도 않은 말과 함께 카라마츠에게 막혔다. 죽어, 이 괴력아.

 

“백 보 양보해서, 네가 남자에게 욕정 하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거기에 나를 말려들게 하지 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남자에게 욕정 같은 건 하지 않아.”

“뭐어?”

“내가 욕정 하는 건 이치마츠한테니까, 빠앙!”

 

네네, 지금 당장 그 효과음으로 네 머리를 꿰뚫고 죽어.

 

“그쪽이 더 웃기지도 않아, 이 썩을마츠. 뭘 동생한테 욕정 한다고 간단히 인정하는 건데.”

“간단하지 않았어. 나도 고민했어. 너는 소중한 동생이고, 가족이야. 나는 형 실격이라 몇 번이고 생각했지.”

 

그 말에 이치마츠는 독설을 멈췄다. 저돌적으로 전진뿐인, 머리가 텅 빈 차남은 그만큼 마음 먹으면 어디까지고 한결같고 성실하단 걸 알고 있다. 누구보다도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이 남자가, 이런 열정을 고하는 데에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더 진지하게 들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고 “너로 발기했더니, 그런 것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어졌지만.”

이 새끼야. 죽어, 썩을마츠. 정했다. 오늘부터 나 쥬시마츠의 옆에서 자자. 감당할 수 없어 경련하듯 아픈 머리를 흔들며, 이치마츠는 가능한 만큼의 욕설과 이 자리를 벗어날 변명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그건 네 사정이잖아. 그러니까, 나는 너 따위 요만큼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잖아.”

“알고 있어, 사랑하고 있단 거지?”

“싫다고 말하는 거야!”

“부끄럼쟁이인 아기고양이구나.”

“이젠 싫어, 죽어!”

 

패닉 상태의 이치마츠는 이미 정신을 놓기 시작했다. 그런 그는 어쨌든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엉터리로 고했다.

 

“대체로, 너한테는 말 안 했지만, 나 사귀고 있는 녀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포기하고 다른 녀석 찾아봐. 오소마츠 형 괜찮잖아.”

 

거기까지 말한 이치마츠가 입을 멈춘 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카라마츠의 힘이 세졌기 때문이었다. 으드득, 하며 가해지는 압박에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른 이치마츠는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 야, 썩을마츠.”

“누구랑?”

“뭐”

“누구와 사귀고 있는 거냐.”

 

전해져 온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평탄한 것이었다. 표정 없는 가면같은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이치마츠는 안색이 새하얘졌다. ─아, 안 된다. 이거, 진심이야.

평소 이치마츠의 안하무인의 행동, 형제로부터의 거친 취급에 견뎌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들 육 쌍둥이의 차남은 분노의 발화점이 가장 높다. 그러나, 그 대신이라 말하긴 뭐하지만 폭발했을 때는 ─가장 위험하다. 어느 정도로 위험하냐면, 싸움 상위 자칭 카리스마 레전드인 장남이 “아, 이건 무리. 나, 무리.”라고 상쾌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치켜올리며 도망갈 정도였다. 그런 카라마츠가 노려보고 있는 이치마츠는 그야말로 뱀에게 주시당하는 개구리와 같은 처지였다.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젠장, 썩을마츠 무섭다고오오오, 하고 마음 속으로 울부짖어봤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하기만 한다. 이치마츠의 턱을 잡은 카라마츠가 완전히 동공이 풀린 눈을 이쪽으로 향하며 말했다.

 

“거짓말이지, 거짓말이겠지. 이치마츠 네가 나 이외의 누군가와 사귄다니 그런 건 거짓말이 당연하잖아. ─아니, 설마 누군가에게 협박당해서 억지로 관계를 강요당하는 건가. 누구에게 뭘 당했는지 알려줘. 너를 그런 식으로 다룬 놈을 갈가리 찢어줄 테니. 형에게 맡겨줘. 괜찮아. 네가 만일 처녀가 아니더라도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런 건 전부 잊을 정도로 상냥하게 안아줄 테니까.”

 

부탁이니 숨 쉬고 눈도 깜빡여줘, 썩을마츠으으으으으! 무서워, 무서워. 엄청 무서워. 난 이런 놈 옆에서 매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고 있었다는 거야? 대체 뭔데, 서바이벌이야? 이대로 ‘사실은 거짓말입니다. 누구하고도 사귀고 있지 않습니다. 데헷.’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 “이치마츠, 거짓말이지? 사실은 누구하고도 사귀고 있지 않지? 형을 놀리고 있을 뿐인 거지? 거짓말을 하는 못된 아이에겐 벌을 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렇지, 이치마츠. 우선은 네가 누구의 것인지 몸에 뼛속 깊이 알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네에에에에, 뭐라고 대답하던 내 처녀상실 결저어어어엉! 왜 이렇게 수컷 전개하는 거야? 너 그런 성격이었 “응? 왜 그래, 이치마츠? 가만히 있으면 모른다고. 그런가, 그런가. 너는 부끄럼쟁이에 심술꾸러기니까. 스스로 죄송합니다, 라고 말 못 하는 거구나. 알고 있어, 마이 브라더.” 사이코패애애애애스! 이미, 이건 내가 뭐라 하든 관계 없어졌어. 어떻게 말하든 이 녀석이 좋을 대로 확대하여 해석되는 느낌이잖아!! 점점 다가오는 형의 얼굴에 입술을 빼앗기기 전, 이치마츠는 머리에 떠오른 이름을 고했다.

 

“이야미.”

“뭐?”

 

카라마츠가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에 힘 입어, 이치마츠는 혼신의 힘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했다.

 

“─나, 이야미랑 사귀고 있어.”

 

 

“셰─!?”

“그런 고로 잘 부탁해.”

“이치마츠는 바보인쌈바!? 미를 말려들게 하는 건 그만두쌈바! 대체 그게 무슨쌈바! 카라마츠가 진심으로 미를 죽이려 오는 게 당연하쌈바! 왜 다른 이름을 말하지 않는쌈바!”

“그치만, 다른 형제를 말려들게 할 수는 없고. 데카판 박사님에겐 어릴 때부터 신세를 졌고. 치비타는 오뎅같은 거 사주고 있고. 말려들어서 민폐를 끼치고 살해 돼도 괜찮은 지인 따위 이야미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그런 ‘의지할 사람이 이야미 씨밖에 없어서.’ 같은 표정으로 말해봤자 전혀 기쁘지 않쌈바!!”

“쯧.”

“혀 차지 마!! 정말, 대체 뭐냐쌈바!!”

“시끄러어어어어!! 이쪽은 친형한테 밀린데다 사랑의 고백을 받아서 혼란의 극치라고오오오! 목숨따위, 이쪽은 정조의 위기라고, 연장자라면 연상의 여유로운 모습 보이며 연하의 고민쯤은 받아 넘기라고오오오!”

“셰엣!? 불합리도 정도가 있쌈바!!”

“이야미는 내 처녀가 다른 놈한테 빼앗겨도 괜찮은 거야?”

“괜찮은 게 당연하쌈바!! 오해를 부르는 그 발언은 삼가쌈바!”

“그쪽은 괜찮아도 나는 안 괜찮다고, 이 멍청아!! ‘이야미에게 순결을 바쳤다.’라고 카라마츠한테 보고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 머리 굴려보라고, 이 뻐드렁니!!”

“멋대로 남을 끌어들인 끝에 이젠 협박!? 어디까지 센 척인쌈바!?”

 

쌔액쌔액.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언쟁을 끝내고 두 사람은 지친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 참새의 평온한 울음소리가 울리고 있다.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평화로웠다. 방금까지 친형에게 밀려 하마터면 처녀를 상실할 뻔한 것이 거짓말만 같다.

 

“…참고로 어떻게 카라마츠한테 도망친쌈바?”

“고양이로 변해서 카라마츠의 카라마츠를 걷어차고 왔어.”

“셰엣!! 가차없쌈바!”

“이 새끼, 얀데레 사이코패스인 형에게 엉덩이 노려지고 그 말 해봐.”

“그딴 경험 사절이쌈바! 그보다 앞으로 어쩔 셈인쌈바!”

 

어떻게 할까. 이치마츠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야미가 수상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또 무슨 변변치도 않은 생각을 하고있쌈바?”

“고마워, 이야미. 너의 희생은 잊지 않을게.”

“왜 미가 죽는 것이 확정인쌈바!?”

 

이야미가 전력으로 돌진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특유의 포즈를 취하려고 하던 때.

 

“헤부싯!”

 

이야미의 몸이 날아갔다. 어, 무슨 일? 그렇게 생각하고 입이 턱 벌어진 이치마츠의 몸을 누군가가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끌어안았다. 녹색의 파카가 시야를 가득 메웠고 이치마츠는 방금 일어난 사건이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챘다.

 

“쵸로마””이 새끼, 이야미. 내 소중한 동생한테 뭘 하고 자빠졌냐, 짜샤아아아아아!”

 

한 손으로는 이치마츠의 몸을 끌어안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중지를 번쩍 쳐올린 손을 내보이며 소리치는 쵸로마츠는 평소의 씹덕 상식인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학창시절에 놀던 그 때를 방불케 하는 형상이었다. 어어어엉?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냐쨩 굿즈 불태워서 버리려고 한 게 들킨 건가? 그런 이치마츠의 혼란 따위는 이슬만큼도 모르고, 이치마츠의 양어깨를 잡은 쵸로마츠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 채로 말했다.

 

“괜찮아, 이치마츠!? 미안해, 형이 돼서 아무것도 알아주지 못했어!! 일단 이야미 새끼, 쳐죽이고 묻고 올 테니까!”

“엇, 잠깐, 기다려. 쵸로마츠 형, 진정해.”

“우으윽, 네가 이야미한테 억지로 당하고 그걸 협박거리로 관계를 강요받고 있었다니…. 나, 몰랐어……. 이 새끼, 이야미 각오는 됐겠지!”

“뭐!?”

“셰엣!?”

 

그야 모르는 게 당연하지. 쵸로마츠 형. 나도 몰랐으니까. 어안이 벙벙한 이치마츠. 항의의 하려 이야미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끼야악!” 명치를 노리고 내려찍은 뒤꿈치에 괴로워하다 이내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이야미를 발판 삼아 누군가가 이치마츠에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기세에 이치마츠의 목에서 뽀각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다.

 

“크헉”

“이치마츠 혀어어어어어엉!!”

 

울면서 달려온 것은 토도마츠였다. 드라이몬스터란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도 눈물범벅이었다.

 

“미안해! 이치마츠 형이 이야미한테 그런 거나 저런 영상을 찍혀서 그걸 소재로 협박당하고 있었다니, 나 전혀 몰랐어!”

“헉!?”

“셰엣!?”

 

토도마츠, 그거 어디에 있는 이치마츠 형의 이야기야? 나랑 동일한 세계에 살고 있는 거야?

 

“괜찮아. 지금부터 이야미의 위험한 사진 마구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서 저 녀석의 사회적 생명을 말살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줘!”

“맞아, 이치마츠. 넌 내 소중한 동생이니까. 혼자서 끌어안지 말고 상담해줘. 알았지.”

 

어머, 내 형제들이 상남자였다. 설레는 건지 단순히 기분히 나쁜 건지는 명확하지 않은 마음을 억누르고 이치마츠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둘은 누구한테 들었어. 나하고 이야미에 대해.”

““카라마츠” 형”

 

그 자시이이이이이익!

평소엔 안쓰러운 오자키 덕후 겁쟁이인 차남이, 생각해보니 여섯쌍둥이의 참모 역할 따위로 불렸던 것을 이치마츠는 새삼 떠올렸다. 그 두뇌를 다른 곳에 써줘. 부탁이니까. 그렇게 무의식중에 달리기 시작한 이치마츠는 이야미의 발목을 잡고 뒤돌아보며 말해다.

 

“둘 다, 나랑 이야미에 대한 건 알아서 매듭지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말고 놔주지 않을래? 괜찮으니까.”

“잠깐, 기다려. 이치마츠!”

“기다려, 이치마츠 형!”

 

형제 두 명이 조급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치마츠는 그대로 이야미를 질질 끌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잠, 컥, 푸학, 적어도, 일어나게 해주쌈바!”

“시끄러어어어어, 됐으니까 도망가자고, 멍청아!”

 

 

“위험해, 위험해, 카라마츠 자식 진심이야. 완전 진심이라고. 뭐야? 이런 타지 않는 쓰레기의 엉덩이 구멍이 그렇게도 갖고 싶어? 아쉽게 됐네요. 내가 좋아하는 S는 새디스트의 S지, 사이코패스의 S가 아닙니다. 마츠요의 뱃속에서 다시 태어나라, 너 혼자만.”

“진정하쌈바, 이치마츠!! 부탁이니 벽에다 말 거는 건 그만둬줬으면 하쌈바, 존나 무섭쌈바!”

“뭐야아아아? 사이코패스의 형한테 엉덩이 구멍 노려진 데다 너한테 처녀 뺐겼다는 불명예스러운 소문이 다른 형제들한테 뿌려진 나보다 더 무서운 경험이란 게 뭔데?”

“뒷부분은 자업자득인쌈바! 그리고 미는 피해자! 피.해.자!”

“이젠 싫어어어어! 도와줘봐, 이야미! 이 새끼야 뭘 위한 뻐드렁니냐고!”

“뻐드렁니는 관계 없어어어어어!”

 

발이 빠른 쵸로마츠를 뿌리치는 건 굉장히 힘들었다. 최종적으로는 고양이로 변한 이치마츠가 이야미를 끌고 벽을 뛰어넘어 특유의 길고양이 네트워크를 구사하여 겨우 도달한 곳은 뒷골목이었다. 심상치 않은 이치마츠에게 겁을 먹었는지 평소엔 모습이 보이면 다가오던 길고양이 친구는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왜 미까지 데려온쌈바! 그 장소에서 놔줬으면 오해도 풀렸을 텐데!”

“바보냐? 쵸로마츠 형도 토도마츠도 완전 빡쳐있었으니까. 너같은 건 변명할 겨를도 없이 순살 당해서 내일부턴 밖도 못돌아다니는 비참한 꼴이 될게 뻔하니까.”

“이치마츠, 미를 감싸고…!?”

“너는 카라마츠와의 전투에서 내 방패가 되어줘야 하니까 그런 곳에서 죽는 것은 곤란해.”

“쓰레기에도 정도가 있쌈바!”

 

셰─! 하고 외친 이야미의 뒤통수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박혔다.

 

“크헉!”

 

날아간 이야미를 멍하니 보던 이치마츠의 발밑에 야구공이 굴러왔다.

아, 싫은 예감이 든다.

 

“이치마츠 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쿨, 럭!”

 

우당탕 미사일같은 기세로 이치마츠에게 부딪혀온 것은, 예상대로 쥬시마츠였다. 이치마츠는 그 기세로 벽에 머리를 부딪힌 통증으로 몸부림쳤다.

 

“이치마츠 혀엉! 괜찮아!?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한 순간, 삼도천이 보이긴 했지만….”

“세이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아니, 어느쪽이냐 하면 아웃….”

“아웃!? 형아, 죽으면 안됨다! 삼도천 곧바로 접영해!”

“응. 진정하자. 쥬시마츠.”

 

겨우 통증이 사라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야 한 편의 이야미를 보니 입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져있었다. 뭐, 금방 회복 되겠지. 이야미니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래서, 누구한테 뭘 어떻게 들은 거야.”

“음, 그러니까, 토도마츠가 울면서 전화로 ‘어떡하지, 쥬시마츠 형! 이치마츠 형이 이야미를 데리고 도망쳐버렸어! 그 사람, 알아서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는데 그런 거, 분명히 그 놈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배드엔딩이라고! 부탁해, 이치마츠 형을 얼른 찾아줘! 이야미는 내가 죽일 테니까!’라고.”

“어찌되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토도마츠 흉내 겁나 잘하네. 쥬시마츠.”

“헤헤헷. 감삼다! 그래서 말야, 쵸로마츠 형이 ‘미안, 쥬시마츠! 그 녀석 놓쳤어!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치마츠를 찾아서 데려와줘! 그 녀석이 길고양이 네트워크 쓸 수 있다면, 넌 경찰견 수준의 본능을 총 동원해. 너라면 찾을 수 있어! 이야미 그 새끼, 절대 똥꼬털 태워버린다!’라고.”

“어머나~. 쵸로마츠 씨. 완전 화내고 있네요~. 무섭네요~.”

“그라치, 그라치? 나, 쫄아버렸네요~. 그래서 말야, 카라마츠 형이,”

“엉?”

“‘갑자기 미안하네, 브라더. 내 소중한 리틀 캣이 나쁜 늑대한테 잡혀버린 것 같다. 죄인의 이름은 이야미. 그 녀석은 내 소중한 스위트를 비겁한 수단으로 더럽힌 데다 지금도 그걸 소재로 관계를 강요하는 최저인 새끼다. 가여운 이치마츠. 이야미 그 놈에게 그 가련한 ○○을 더러운 ××로 △△△되서’”“그 새끼, 내 천사에게 뭘 가르치고 있는 거야! 쳐죽인다!”

 

세크로스, 세크로스라 외치는 천사가 있는지에 대한 건 제쳐두고, 오남 과격파의 이치마츠가 소리쳤다.

 

“있지, 돌아가자! 이치마츠 형! 카라마츠 형이 이야미랑 이치마츠 형을 찾으면, 곧바로 데려오래!”

“아니아니아니아니, 쥬시마츠. 그거, 내가 ‘아앙’이라고 되는 패턴이니까. 처녀 잃어버리고 울어버리는 패턴이니까.”

“? 이치마츠 형, 아직 처녀야?”

“그렇당께~. 뒤도 앞도 모두 반짝반짝 신품이랑께~.”

“증말로~? 나랑 똑같당께, 형아~”

 

동생과의 훈훈한 대화에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져 이치마츠는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일단 알게 된 것은 같은 정보가 형제들에게 나돌고 있고, 자신의 평소 성격과 언동이 재앙으로 작용해 묘한 신빙성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라, 나 스스로 내 목을 조르고 있지 않아…? 역시나 천부적 도M 아냐…?

 

“쥬시마츠, 일단 쵸로마츠 형과 톳티에게 나는 괜찮다고 전해줘.”

“카라마츠 형한테는?”

“네 놈이 생각하는 건 하나도 당한 적 없어, 이 변태. 나랑 이야미는 건전한 교제입니다. 돌아가 주세요. 근친상간호모새끼, 라고 전해줘.”

“알았어! 이치마츠 형아는, 반짝반짝한 신품이라고 전해둘게!”

 

그건 그거대로 흥분될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기운차게 달려가는 동생의 등을 배웅하며 이치마츠는 이야미의 발목을 잡고 다시 질질 끌며 걷기 시작했다.

 

“어쩔 셈인쌈바…?”

 

조금은 회복된 것 같았다. 얼굴이 땅에 갈리며 상처투성이인 이야미가 묻자 이치마츠는 차분한 표정으로 답했다.

 

“곤란할 때 쓰라고 있는 데카판 박사잖아.”

 

 

“없다스.”

“뭐야아아아아!? 뻥치지 마! 공식에서 ‘미녀약’이니 ‘기분약’이니 그만큼 좋을대로 해온 주제에 ‘반하게 하는 약’은 없다니 안 믿어. 자, 빨리 내놔. 히히, 지금이라면 그렇게 거칠게 하진 않을 테니까…?”

“히이이이익, 없다스! 정말로 없다스!!”

“왜 이치마츠는 협력자에게 그렇게 센 척인쌈바!?”

“내 엉덩이가 위험하니까 그러는게 당연하잖아! 썩을마츠의 거시기에게 뚫릴 바엔, 차라리 평생동안 동정처녀로 지낼 테니까!!”

 

어떤 의미로는 훌륭한 선언을 한 이치마츠에게, 예전부터 알고지내던 박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인원수만큼의 차를 내왔다.

 

“아쉽게도 정말로 반하게 하는 약은 없다스.”

“없다면 만들라고 하는 거야.”

“억지다스!”

“억지인쌈바!”

“뭐야. 당신. 다른 세계의 푸른 너구리 로봇같은 포지션이지…? 다른 2차창작에선 형편 좋은 약을 형편 좋을 때 주곤 하잖아…. 왜 나만 도와주지 않는 건데…. 이런 쓰레기라서? 쓰레기라서 그런겁니까? 그렇네요. 산소 먹고 이산화탄소 뿜어내는 것밖에 못하는 나같은 건 친형한테 엉덩이 뚫리는 것 외에 유용한 사용방법이 없는 거죠. 네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알겠다구요. 훌쩍….”

“아까까지의 센 척은 어디갔쌈바!? 멘탈 너무 약하쌈바!”

 

방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우울한 대사를 쏟아낸 이치마츠를 보고 이야미의 태클이 작렬했다.

 

“이치마츠가 쓰러지면 미도 함께 쓰러지쌈”“아, 이야미. 이런 곳에 있었구나~”

 

끼익, 하고 연구소의 문이 열렸다. 싱글싱글하게 웃으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섯 쌍둥이의 라스트 보스 ─본래, 장남 오소마츠였다. 이야미가 소리도 못내고 얼어붙는데도, 얼굴만은 친근한 듯 웃고 있는 오소마츠가 다가갔다.

 

“뭔가~ 내 동생을 괴롭혀줬다고? 너 좋은 배짱이네~. 이치마츠를 강간한 데다 그 때의 동영상으로 게이용 AV를 만들어서 판매했다는 것 같던데? 일단 가진 돈, 나한테 전부 넘기고 거기부터 이야기할까~?”

“또 이야기에 꼬리가 붙었쌈바! 그리고 괴롭힘당한 건 미!!”

 

이야미의 비통한 외침에 대답하는 오소마츠의 반응은 맥이 빠질 정도로 냉철했다.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엇.”

 

멍한 이야미와 상황을 보던 데카판은 신경쓰지 않고 방 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흐느끼는이치마츠 앞에 웅크리고 앉은 오소마츠가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거야, 이치마츠으. 고민이 있다면, 형한테 말해봐?”

“우으……, 오쇼마즈혀어어어어엉”

“아이고, 콧물 엄청나잖아. 자, 흥하자. 흥.”

“써글마즈가아….”

“응응, 카라마츠 말이지. 그 녀석, 너한테 차인 카라마츠의 카라마츠가 부어서 아직 집에서 기절해있으니까.”

“나, 나를, 좋아한다고….”

“아─, 응. 그래서 밀렸다고? 그래서 패닉상태가 돼서 거절하는 구실로 이야미 이름을 꺼낸 거지? 그랬더니 카라마츠가 이상한 착각하고 폭주한 거고. 그래서? 데카판 박사한테 와서 어떻게 하려고 한 거야?”

“반하게 하는 약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스.”

“반하게 하는 약? 바보야. 너, 그런 게 있었다면 형이 제일 먼저 써서 진작에 동정 상실 했을 거라고!”

 

으스대며 할 말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라믈 조아해쓰면 해서어….”

“아─? 카라마츠한테 먹이려고?”

“응….”

“바보구나, 너. 그런 걸로 임시방편해봤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잖아. 걔가 좋아하는 건 어쨌든 너니까.”

“왜, 형, 알고…?”

“형아 얕보지마. 너희들에 대한 건 뻔히 보인다구.”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은 오소마츠는 코 밑을 문질렀다. 그 순간 퍼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안도감에 이치마츠의 눈물샘이 무너졌다.

 

“우…, 윽…,”

 

번거로운 일 할 필요 없이 처음부터 이 형에게 상담했으면 좋았을 것이었다. 역시 쓰레기에 니트에 도박광이라 해도, 여섯 쌍둥이의 장남이었다. 얀데레 사이코패스의 차남의 맹공격을 어떻게든 막아줄 것이 틀림없었다.

 

“오소마츠 혀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어이쿠, 착하지! 울지 말라니까, 정말.”

 

괜찮다고 타일러주듯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려주는 손길에, 이치마츠는 목이 멨다. 오늘이 시작되고, 그 바보같은 고백을 받고 이제야 마음이 차분해졌다. 계속 코를 훌쩍거리며 조금씩 냉정함을 찾은 이치마츠를 보고 오소마츠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너도, 조금만 더, 솔직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려던 참에 이치마츠는 목의 움직임을 멈췄다. 솔직? 뭘 솔직하게 되면 좋다는 거야? 그런 이치마츠의 모습에 영 불편한 기색으로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은 오소마츠가 말을 계속했다.

 

“아니, 카라마츠 그 놈 잘 참고 있었다고 생각해. 너희들 사귄 지 몇 년이라고? 형아, 여섯 쌍둥이에서 탈동정이 나오는 건 마음에 안들지만, 이젠 형제끼리라면 노카운트라고 생각하고. 그보다 말야, 너의 데레없는 츤데레 보고 있으면 슬슬 카라마츠가 불쌍하다고 할까.”

“…뭐?”

“좋잖아. 이대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허락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잖아? 그냥 한 탕 해주라니까. 응?”

“뭐, 어야아아아아아?”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고 다른 손의 손가락을 푹푹 집어넣고 있는 세계 제일 천박한 손동작을 하는 오소마츠를 멍하니 쳐다보며 이치마츠가 말했다.

 

“오, 소마츠 형…? 무슨, 말하는 거야…?”

“부끄러워하지 마! 형아도, 다른 녀석들도, 너희들에 관계같은건 진작에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안심해줘!”

“뭐야아아아아아!?”

 

상쾌한 미소로 단언하는 모습에, 이치마츠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라, 뭐라는 거야? 이 사람, 뭐라는 거야? 왜 나랑 썩을마츠가 사귀고 있는 게 결정사항인 것처럼 되어 있는 건데? 바보냐? 이름만 그러는 게 아니라 머리마저도 *변변치 않은 거야? *お粗末(오소마츠)

 

이치마츠의 머리에 갑작스레 떠오른 것은 카라마츠의 얼굴이었다. 이치마츠를 밀어 넘어뜨린 진심인 표정. 오싹하고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 이치마츠는 이미 훌륭히 경직됐다.

 

“응? 이치마츠?”

“윽…, …….”

“이치마츠으─?”

“우와아아아아아앙! 오소마츠 형 바보오오오오오!!”

“쿠헉!”

“꾸엑!”

 

기습으로 날려진 이치마츠의 어퍼컷을 먹고 오소마츠가 날아갔다. 이야미가 그 아래 깔려 비명을 질렀다.

 

“이제, 누구도 안 믿어어어어어어어!”

 

그렇게 외치던 이치마츠는 데카판 박사의 연구소를 울며 사라져갔다.

 

 

도주극을 시작한 지 몇 시간이 흘렀다. 이미 해는 지고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히키코모리 백수인 이치마츠가 의지할 만한 지인은 적었고, 대책 없이 헤매고 있다 흘러오는 오뎅 냄새에 이끌려 치비타의 포장마차에 도달한 것이 몇 시간 전.

 

“치비타…, 그냥 재워줘…. 나, 이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치비타밖에 없어….”

“야야, 이치마츠. 너무 마셨잖아, 바보야. 적당히 마셔.”

 

훌쩍훌쩍 울면서 술잔을 비우는 이치마츠에게 치비타는 걱정스럽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일인칭이 옛날의 ‘나(僕)’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폼으로 여섯 쌍둥이에게 외상을 떼여왔던 건 아니었다. 이치마츠가 술을 좋아해도 강하지 않다는 걸 치비타도 잘 알고 있어 지당한 충고였다.

 

“여섯 쌍둥이로 태어났을 때부터 있던 건 다섯 명의 동료따위가 아니라, 한 명의 사이코패스와 네 명의 바보라고…. 이젠 싫어…. 나, 집에 가기 싫어….”

“야야, 왜 그래? 싸웠어?”

“싸운 거 아냐……. 싸운 편이, 더 낫지…….”

 

중얼거리던 이치마츠는 엎드린 채로 옅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다.

 

“감기 걸려, 멍청아! 야, 이치마츠!”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것은 흠냐, 하는 명확하지 않은 대답뿐이었다. 어찌 해야할지 치비타가 고민하기 시작하자 불쑥 포럼을 드러내고 나타난 5개의 모습.

 

“오, 치비타. 실례할게.”

 

오소마츠의 뒤로 이치마츠의 형제들이 줄줄히 모습을 보였고, 치비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오, 마침 잘 됐다. 누구든 이치마츠 이 놈 데려가 줘!”

“에에, 우리 지금 왔는데!?”

“걱정하지 마, 브라더들. 이치마츠는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쥬시마츠, 조금만 도와줘.”

“예이!”

“카라마츠, 고간은 이제 괜찮은 거?”

“아! 물론이야. 걱정을 끼쳤구나, 브라더!”

“정말이지…. 오늘은 너희 둘한테 휘둘려서 큰일이었으니까.”

“하하하, 미안했어. 치비타, 이걸로 술값 계산해줘.”

 

카라마츠가 내민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고액지폐였다. 모두가 그걸 보고 소란스러워졌다.

 

“오오오오, *유키치! 유키치 씨!?” *諭吉(유키치) : 1만엔 지폐에 그려진 인물

“형아, 손 크네!!”

“후훗, 은색 공에 이끌린 운명이”“아, 네네. 파칭코에서 이겼단 거지.”

“우와! 잘 먹겠습니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카라마츠에게 업힌 이치마츠가 칭얼거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고양이처럼 뺨을 비비며 신음하는 이치마츠를 살피듯 돌아본 카라마츠는 포장마차를 빠져나가며 말했다.

 

“오늘은 고마웠어, 브라더들. 이치마츠를 탓하진 말아줘. 내가 너무 조급했던 탓이니까.”

 

적당히 마시고 와, 하고 산뜻한 말을 남기고 카라마츠는 점점 모습이 사라져갔다.

 

“나참, 저 두사람 때문에 소란스러웠으니까! 나, 계란하고 곤약!”

 

토도마츠가 소리를 높이며 주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각자가 좋아하는 메뉴를 말하기 시작했다. 치비타는 접시에 담아 술을 준비하면서 묻지 않고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카라마츠 형, 잘도 이치마츠 형과 사귀고 있네. 보통, 섹스가 무섭다고 연인의 고간 걷어차고 도망치나?”

“저 녀석의 츤데레, 해마다 악화하고 있지 않아? 나 언젠가 카라마츠의 카라마츠가 못쓰게 되도 놀라지도 않을 거 같아.”

“카라마츠 형아, 고자야?”

“괜찮지 않아? 카라마츠, 몸은 쓸데없이 튼튼하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무엇보다 카라마츠 형이 이치마츠 형한테 너무 무른 거야! 아무리 쑥스럽다지만 연인한테 그 정도로 폭력적이라니! 언젠가 카라마츠 형한테 버려질지도 몰라!”

“그럴 일은 없겠지. 카라마츠, 무서울 정도로 이치마츠한테 껌뻑 반했으니.”

“러브러브네!”

“뭐, 이번 일로 저 녀석도 조금은 둥글어지지 않을까? 우리들이 알고 있단 것도 알려줬으니까.”

 

오소마츠의 말에 치비타가 얼굴을 들었다.

 

“뭐야, 그래서인가.”

“응?”

“이치마츠 놈, 울면서 ‘집에 가기 싫어’라고 말하면서 울었으니까 말이야. 싸웠냐고 물어보니 그런 건 아니라고 하고.”

“크으! 그 녀석 성실하기도 하지!”

“이제와서 우리가 신경 쓰기라도 한다고 생각한 걸까! 정말, 우습게 보기는!”

“취했을 때는 얌전하게 카라마츠한테 업히는 주제에.”

“맞아, 맞아. ‘카라마츠가 아니면 싫어.’라고!”

 

형제와 치비타의 웃는 소리가 들리며, 오뎅 재료를 뺨에 붙이며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릿속에서 낮에 본 이치마츠의 상태와 방금 본 카라마츠의 모습이 겹쳐서 떠올랐다. 뭘까. 뭔가, 뭔가가 묘하게 신경쓰여. 무를 물어뜯으며 꿀꺽 목구멍에 흘려넜었다. 쥬시마츠는 그대로 시선을 공중으로 향한 채 멈췄다. ─음, 그러니까, 카라마츠 형아는 이치마츠 형아를 사랑하고 있고. 이치마츠 형아는 카라마츠 형아를, 으응? 뭔가 이상하네. 하지만 그 위화감의 정체를 쥬시마츠로써는 알 수 없었다.

 

“쥬시마츠, 뭐 마실래?”

 

어느새 비워진 접시를 보고 옆에 앉은 쵸로마츠가 묻자 쥬시마츠가 생각하던 것은 흩어져버렸다.

 

“네네! 고구마술 부탁드림다!”

 

이치마츠가 들으면 안색을 바꾸며 부정했을 화제였지만 이미 형제나 치비타 사이에선 ‘사실’로 몇 번이나 입에 오르고 있단 것을, 항상 일찌감치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버리는 이치마츠는 몰랐다.

 

등에서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멈춰서니 희미한 한숨과 함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카라, 마츠?”

“맞아, 마이 브라더.”

 

조금 과음했구나, 하고 나무라듯 말하며 이치마츠를 고쳐 업었다. 축 늘어진 팔이 목 언저리에 닿고, 목덜미에 숨결이 느껴져 간지러웠다.

 

“카라마츠.”

“응, 왜 그래?”

“대체 뭐냐고, 진짜.”

 

훌쩍훌쩍 오열 섞인 하소연에 카라마츠는 엷게 웃으며 달래듯 몸을 흔들었다.

 

“왜 그래, 이치마츠.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응….”

“어떤 꿈인데?”

“네가, 평소의, 카라마츠가 아니라서.”

“내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해서, 무서웠어.”

“그런가.”

“카라마츠 주제에, 무서웠어.”

“그건 미안한 짓을 했네, 리틀 브라더.”

“응.”

 

그대로 꼬옥, 세게 끌어안은 이치마츠가 입을 다물자 카라마츠는 다시 발을 내디뎠다. 잔뜩 취한 이치마츠를 카라마츠가 업어주게 된 것은 형제가 술에 맛을 들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누가 뭐라 말할 것도 없이, 카라마츠도 이 역할을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평소엔 경계심에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 같던 이치마츠가 무방비하게 응석 부려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양보할 리 없었다.

 

‘─나, 이치마츠를 좋아해.’

 

그렇게 오소마츠에게 털어놓은 것은 중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역시나 형의 표정도 경직됐던 것을 카라마츠는 놓치지 않았고 대답할 틈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동생이, 이치마츠가, 성적인 의미로, 연애감정으로써 좋아한다고.

 

‘미안해, 기분 나쁘지. 오소마츠, 미안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끌어안은 무릎을 움츠리며 사과하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린 오소마츠가 던진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만으로 사과하지 마!’

 

그때부터, 죄인 같은 표정을 짓던 카라마츠의, 유일한 형은 코 밑을 문지르고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네 기분은 알았으니까.’

 

부정도, 거부도 하지 않고 그저 긍정해준 오소마츠는 역시 대단한 사내라고 카라마츠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그때의 오소마츠에게 사과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만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종류의 감정도 있다는 것. 그때부터 몇 년 동안이나 시간을 거듭하며, 저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고 말하는 듯이, 이치마츠에게 일방적이고 보답받을 수 없는 애정을 계속해서 토로했다. 이치마츠와 사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건, 18살 때. 마침 이치마츠의 등이 둥글어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카라마츠에 대한 취급이 험하게 되기 시작한 때였다.

 

‘이치마츠는 나와의 관계에 아직 고민하고 있어. 동성이고, 무엇보다 형제끼리잖아. 그러니까, 그 녀석이 스스로 말하고 싶어졌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겠어? 이치마츠가 스스로 입으로 나와의 관계를 꺼내고 싶어질 때까지. 부탁이니까.’

 

이치마츠가 근본은 성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카라마츠의 취급이 험해졌던 것도 쑥스러워서 그런 거라 말하니, 형은 순순히 이해하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 그렇기에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이치마츠를 보는 눈은 한결같이 다정했다. 그 시점에서 카라마츠는 내기에 이긴 것이었다.

형제에게 이치마츠를 좋아한다고, 사귀고 있다고 고한 것은 20살 때. 형제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부딪혀 동요하고 있었지만 오소마츠가 ‘이걸로 된 거야.’라고 웃는 얼굴로 긍정해준 것도 있어서 순순히 받아들여졌다. 이치마츠에 대한 부탁도 함께. 경계해야 할 것은 쥬시마츠의 야생의 감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 예리함이었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형제를 의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때, 카라마츠가 고백한 말 뒤에 거짓말은 없었으므로 눈치챌 일은 없었다. 그리고 형제들에게 그 사실이 뿌리 깊게 자리잡힌 지 몇 년이 지나, 이제야 때가 무르익었다.

 

“이치마츠.”

“…응.”

“사랑해, 브라더.”

 

후힛, 하고 얼빠진 웃음소리와 함께 이치마츠가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

 

“기분 나빠.”

 

킥킥대며 웃는 목소리에 카라마츠가 말했다.

 

“너무하네. 나는 언제라도 진심이야.”

“알고 있어.”

“알고 있는 건가?”

“응. 알고 있어.”

“대답은 없는 건가, 브라더?”

“바-보야.”

 

느릿한 목소리로 이치마츠가 툭 내뱉듯이 말했다.

 

“싫어하진 않아.”

 

그대로 카라마츠의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은 이치마츠는 잠시 후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정말이지, 너는 의심할 줄 모르니 걱정된다니까.

뒤도 앞도 신품? 네가 이렇게 나한테 업혀서 돌아와 단둘만 있던 적이 몇 번이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 너에게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하는가? 네가 최근들어 노출하려 하는 건 왜라고 생각해? 몸 이곳저곳이 쑤셔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겠지? 달리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건 참을 수 없어. 진심으로 살의가 솟구친 건 말할 것도 없지. 그런 걸 입에 담다니, 정말로 몸에 뼈저리게 새겨주지 않으면 안 되겠네.

기억나? 이치마츠. 우리가 아직 어린아이였던 시절. 여섯이서 한 명이란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할 수 있던 시절. 그래도, 역시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개성이 있었어. 밖으로 뛰어나갈 때 가장 앞에서 달리던 게 오소마츠. 그 뒤를 잇는 게 쵸로마츠. 쥬시마츠가 토도마츠의 손을 이끌고. 나는 뒤를 돌아보며, 가자, 이치마츠, 하고. 그렇게 부른 순간에, 마치 세계에서 자신을 발견해주는 건 나 한 명뿐이라는 얼굴로,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나만을 비추며 “카라마츠!” 하고 순수하게 웃는 너를 보고, 그날 ─그 순간부터, 나는 계속 너를 원했어.

널 위한 우리는 이미 완성돼있어. 이제, 아기고양이를 어떻게 달랠까.

노래하듯 카라마츠가 말했다.

 

“슬슬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려나.”

 

 

다음 날.

 

“위험해, 어쩌지, 눈을 떴더니 카라마츠와 둘이서 알몸으로 호텔 침대의 위였는데! 어어어어어어어어쩌지! 이야미, 날 데리고 도망가아아아아아아!”

“그러니까, 미를 말려들게 하는 건 그만두쌈바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런 비명소리가 두 개 울려 퍼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쳐 봐? 아기 고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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