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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가 징하게도 오래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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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여섯 쌍둥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식탁에 둘러앉아 손을 모으고 마츠요가 만들어준 아침밥을 사이좋게 먹기 시작했다.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은 식사였어야 했다.

 

“……윽…, 콜, 록……, 컥, 읏…… 우욱…!”

 

계란말이를 하나 입에 집어넣은 이치마츠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곤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크게 기침하더니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씹고 있던 걸 토해내고 말았다. 거기다 달걀말이를 먹기 전에 조금 마셨던 물로 희석된 위액까지도 토해냈다.

 

“이치마츠!”

“이치마츠 형, 괜찮아!?”

“정말, 뭐 하는 거야!”

 

입가로 건네진 휴지로 입을 닦고 이치마츠는 작게 사과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이치마츠가 화장실에 들어간 후에도 작게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더러워진 거실을 정리하던 형제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어제 뭔가 이상한 거라도 먹은 거 아냐?”

“고양이 먹이라던가?”

“아, 이치마츠라면 그럴지도.”

 

그때는 딱히 구토가 큰일이라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치마츠가 직접 “감기라도 걸린 걸까….”라고 중얼거렸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구토는 점심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저녁도 똑같이 어느 것도 먹을 수 없었다.

 

몸 상태를 걱정한 마츠요는 이치마츠에게 진찰을 받으라 말했고,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갔다. 검사도 했지만 열이나 설사 증세도 없었고 식중독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치마츠는 그 후 사흘간 물 외에는 삼킬 수 없었다. 간식인 배도 토해 내버리고 말았다.

 

사흘간 물밖에 마시지 못한 이치마츠는 휘청거리다 의식을 잃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카라마츠와 쥬시마츠가 서둘러 데카판 박사의 연구실로 이치마츠를 데려갔다. 물밖에 섭취하지 못해 체내 염분 농도가 낮아졌다는, 즉 탈수증상을 일으켰다는 진단을 내려 링거를 맞기로 했다. 항상 쥬시마츠가 억눌러왔지만, 지금의 이치마츠는 저항하는 것도 못 하고 작게 “……싫어.” 하고 카라마츠에게 힘없이 매달리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바늘을 찌른 후에는 얌전히 잠이 들었기 때문에 힘이 거의 들지 않았다.

 

 

“있지, 있지, 데카판 박사님. 왜 이치마츠 형은 밥을 못 먹게 된 걸까.”

“음……, 모두 뭔가 짚이는 건 없다스?”

 

카라마츠에게서 연락을 받고 다섯 명의 형제는 전원 데카판 박사의 연구실에 모여있었다. 일단 아무도 데카판이 의사면허를 가진 거냐고 묻진 않았다.

데카판의 질문에 모두가 머리를 모았지만 아무도 짚이는 바가 없는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음식을 먹어서, 음식이 전부 싫어졌다는 가능성도 있어?”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스.”

“……이대로, 이치마츠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처럼 링거라던가, 입으로 먹이는 것 외의 방법으로 영양을 얻을 수밖에 없다스. 코에 카데터를 삽입해서 경관영양이라던가, 위루…, 수술로 위에 튜브를 넣어서 직접 위에 영양을 넣는 영양 투여 방법 등은 있다스…….”

“수술…….”

“……과장 같긴 하지만, 그것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데카판의 말에 모두는 신음했다.

 

“……하지만, 역시 정신적인 무언가가 가장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카라마츠가 고개를 들자 쵸로마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경관영양도, 위루도 싫어…….”

“오소마츠 형은 어떻게 생각해?”

 

토도마츠가 오소마츠에게 의견을 묻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오소마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아─…, 어떨까.”

 

오소마츠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 사태를 그다지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가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알고 있다.”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걸 물을 수는 없었다.

 

 

“……링거, 끝났어……. 가자…….”

“이치마츠.”

“이치마츠 형.”

 

느릿하게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링거대를 끌고 온 이치마츠의 표정은 어두웠다. 자신의 팔에 바늘이 꽂혀 있는 지금 상황 자체가 정신적으로 힘든 모양이었다.

 

“그보다, 빨리 이거 뽑아줘…….”

“오, 그렇다스.”

“……응……, 하, 앗…….”

 

바늘을 뽑는 순간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링거에서 해방된 이치마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걷었던 파카의 소매를 내리고 이치마츠는 바늘이 꽂혀 있던 팔을 옷 위에서 문질렀다.

 

“고칼로리의 영양을 링거로 넣는다면, 팔이 아닌 다른 굵은 현관으로 넣어야 한다스. 부디 식사할 수 있게 되면 좋다스…….”

“……알고 있어.”

 

몸이 힘들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카라마츠에게 의지하며 이치마츠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평소엔 카라마츠에게 반발하는 일이 많던 이치마츠지만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쁜 지금은 순순히 카라마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형제 이상의 관계가 된 두 사람이었지만 서로 짝사랑하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다지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집에 가니 마츠요는 평소처럼 6인분의 식사를 차렸다. 맛있어 보이는 돼지고기 생강구이가 오늘 저녁 메뉴였다. 하지만 위장을 생각한 건지 이치마츠의 앞에는 흰 죽이 놓여있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치마츠 형.”

“내가 후후 불어줄까?”

“…고마워. 토도마츠, 쥬시마츠. 괜찮, 으니까…….”

 

이치마츠는 숟가락으로 흰 죽을 떠서 입으로 넣으려 했다. 그러나 음식 냄새를 맡은 순간에 토기가 치밀어 올라왔고 거칠게 숟가락을 그릇 안에 돌려 놓았다.

눈물을 흘리며 거칠게 호흡을 반복했고 입가를 틀어막은 이치마츠의 등을 카라마츠가 문질러주었다.

 

“가다랑어포나 간장 같은 거 넣어줄까? 음…….”

 

쵸로마츠도 어떻게든 이치마츠가 식사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이치마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모두가 이치마츠를 걱정하는 와중, 오소마츠만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이치마츠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자신의 생강구이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이치마츠.”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부르고, 생강구이를 든 채 이치마츠에게 다가갔다. 괴로워하는 이치마츠의 옆에 무릎을 굽히고 어째서인지 히죽 하며 웃어 보였다. 모두가 오소마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던 와중, 오소마츠는 생강구이를 자신의 입에 넣었다.

오소마츠는 그것을 음미하고 이치마츠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은 채 고정했다. 그리고 이치마츠에게 힘껏 입을 맞추었다.

 

“응…!?”

 

모두가 놀랐다. 오소마츠는 그대로 이치마츠를 밀어 넘어뜨리고 격렬한 입맞춤을 주고받았다.

 

“으응…, 으, ……윽, 응……!!”

 

저항하는 이치마츠를 가볍게 제압한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입으로 음미했던 그것을 억지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치마츠의 목에서 꿀꺽 소리가 듣고 나서야 오소마츠는 입술을 뗐다.

늘어진 타액의 실을 당기고 오소마츠는 몸을 일으켜 살짝 입술을 핥았다. 자신의 밑에서 거칠게 가슴이 오르내리며 눈물을 흘리는 이치마츠를 내려보며, 오소마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아, 하……, 으…….”

“먹었네,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고 손득으로 입가를 문질렀다. 상식적으로, 음식물을 입으로 옮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쥬시마츠는 “나도 이치마츠 형한테 밥 먹일래!”하고 두 손을 번쩍 들고 뛰어오르며 자신의 생강구이와 밥을 입으로 던져넣었다. 토도마츠도 “아! 내가 이치마츠 형한테 밥 먹이고 싶어!”라고 했고, 황급히 도망가려는 이치마츠를 붙잡고 차례로 입을 통해 밥을 먹이고 있었다.

마치 아기새 같다고 생각하면서 쵸로마츠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지만, 동생 세 명이 소란스럽게 행위를 하는 광경을 뻔뻔스러운 미소로 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알아채고 시선을 옮겼다.

 

“……후……, 이치마츠 잘 됐네에. 밥 먹어서.”

 

오소마츠는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 어딘지 모를 위화감이 있어 쵸로마츠는 살짝 눈썹을 좁혔다.

 

“……있잖아, 저걸로 괜찮아?”

“응?”

“아무리 저걸로 먹을 수 있다고는 해도, 부모가 저렇게 아이한테 밥 먹이는 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고, 장난으로 키스했던 우리끼리니까 할 수 있는 거잖아. 이치마츠의 식사가 이래선, 이치마츠는 우리가 없으면 식사 못 하게 된다고.”

 

쵸로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자, 오소마츠는 어리둥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소마츠의 그런 반응에 오히려 쵸로마츠가 놀라고 말았다.

 

“왜? 그걸로 괜찮잖아.”

“어…….”

 

오소마츠는 순수하게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옆에 없으면 이치마츠는 살 수 없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절대로 우리한테서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이지. 혼자서 어딘가 가버리다니……, 절대 못 해, 그렇지.”

 

키득키득 오소마츠가 웃었다. 오싹하고 오한이 들을 정도의 미소에 쵸로마츠는 무언가 싫은 느낌이 들었다.

 

“……오소마츠 형, 이치마츠한테 뭔가 했어…?”

“…글쎄, 무슨 소리야?”

 

그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에 쵸로마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카라마츠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카라마츠의 시선을 옆쪽에서 느끼며 오소마츠는 다시 한번 작게 웃었다.

 

 

“오소마츠.”

 

이치마츠가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크게 기뻐하며 떠들다 지친 모두가 잠들고 나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난 오소마츠를 쫓아 카라마츠가 다가왔다. 팔짱을 끼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오소마츠를 기다리던 카라마츠의 눈빛이 매서웠다.

 

“뭐야?”

 

예민하게도 보이는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카라마츠를 향해 오소마츠는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식사를 못 하게 된 전날, 집에 있던 건 이치마츠와 오소마츠 형뿐이었지.”

“그랬던가?”

“맞아. 그랬어.”

 

카라마츠가 말하려는 것을 오소마츠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시치미 떼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분노를 드러냈다.

 

“……이치마츠한테 무슨 짓 했어.”

“…………있지, 카라마츠.”

 

카라마츠의 물음에 오소마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는 듯이 오소마츠가 되물었다.

 

“너는 이치마츠를, 어떻게 사랑해 줄 거야?”

“뭐?”

“상냥하게? 달콤하게? 모래를 토하는 듯한, 미칠 듯이 달콤한 애정으로 걔가 만족할 거로 생각해?”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오소마츠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의 입술 위를 검지로 덧그렸다. 황홀한 듯, 카라마츠가 말한 날의 일을 떠올렸다.

 

 

‘싫, 어……, 그만, 오소마츠 형……! 이젠, 나 카라마츠랑…!’

‘아하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치마츠. 너는 마조잖아? 그렇다면……, 형아와 너의 정액 정도는 남김없이 전부 마셔야지. 자, 이치마츠. ……증거를 남겨서, 카라마츠한테 들키고 싶진 않지? 이제야 겨우 사랑하는 카라마츠와 이어졌잖아. 이제 나는 필요 없는 거지?’

 

 

“……이치마츠. 귀엽지. 역시 네 소중한 연인다워. 카라마츠.”

 

아, 얼마나 우스운가.

오랜 세월의 짝사랑이 이뤄졌다며 들떠있는 너는 아무것도 몰라.

이치마츠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한테 더럽혀져 있는데.

 

“사귀는 거 축하해, 카라마츠. 형아는 정말, 진심으로…”

 

“기뻐.”

(원망스러워.)

 

 

어디에든, 누구에게든, 소중한 동생은 누구 하나 놓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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